우연히 위 광고를 보고, 다음 폰은 꼭 드로이드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 정답을 보지 않으신 상태에서 제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단번에 아셨다면, 좀 코어한 세가 팬이실 듯.^^;
정답
그저께인 2009년 12월 30일 밤, 저는 오랜만에 분당 사는 친구와 만나서 진탕 술을 마시고 헤롱대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자기 전에 자주 가는 사이트의 새 글 체크좀 하고 메일도 확인할 겸 해서 컴퓨터를 켜고 웹서핑을 하는데, 우연히 이런 글을 보게 되었지요.
'Michael Jackson' Tribute Flash Mob 최종공지!(싸이월드 클럽 MonsterWooFam!!)
바로 2009년의 끝과 2010년의 시작을 마이클 잭슨을 추모하는 춤으로 보내고 맞이하자는, 대규모 플래시몹 계획이었습니다. 저 글을 접하자마자, 순간 제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영상이 있었지요.
제게 있어서 마이클 잭슨은 단순한 가수가 아니었습니다. 누구보다 세가를 사랑했던, 정말 닮고싶은 멋진 세가인이었으며, 위 CM 영상에서 보이듯 최고의, 궁극의 WHAT NINTENDON'T였지요. 저는 주저없이 메일을 보내 참가 의사를 밝히고, 다음날 핑핑 도는 머리를 붙들고 제 1차 플래시몹 장소인 명동 예술극장 사거리를 향했습니다.
명동 예술극장이라는 이름을 믿고 4호선 명동역에서 내렸지만, 명동역에서 예술극장까지는 약 400m쯤은 떨어진 곳이더군요. 헐레벌떡 뛰어서 도착하니, 이미 정말 많은 사람들이 웅성대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림잡아서 약 3~400명쯤은 되는 것 같더군요. 모인 사람의 약 반 이상은 프로 댄서 같았는데, 댄싱 팀의 로고가 들어간 자켓을 맞춰 입고 나온 사람도 많았지요.
시작하기 약 5분 전부터, 스피커를 실은 하얀 트럭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럭에서 Beat it이 흘러나오며 플래시몹이 시작되었는데...
행렬을 이끌어가는 앞쪽은 의도했던 대로 순조롭게 행진했지만, 뒤쪽에 있던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서로 낑겨서 허둥지둥대느라 제대로 춤추며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ㅠㅠ). 거리 양쪽에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어서 이동할 수 있는 폭이 매우 좁았는데다, 구경하려는 사람들까지 끼어서 도저히 나아갈 수가 없었죠.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특정한 동작을 하고 사라지는 플래시몹의 특성 상, Beat it의 1절이 나올 때까지만 행진을 하고 1차 행사는 종료되었습니다. 이번 플래시몹의 리더로 추정되는 분께서 '홍대 12시!'를 외치고, 모여 있던 많은 사람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해산하였지요. 5시에 시작된 행사가 5시 5분에 끝났습니다(...). 2차 행사까지는 아직 7시간이나 남아 있던지라, 무엇을 하며 보낼까 고민하던 도중 부천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을 해 보았지요. 친구는 제 얘기를 듣고 우선 부천에서 만나서 놀다가, 같이 2차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부천에 도착하여 친구를 만나 고기부페에서 저녁을 거하게 먹고, 친구 집에서 같이 게임을 하며 놀다가 10시 40분경에 홍대로 출발했습니다. 약 11시 45분쯤에 집합 장소인 힙합 클럽 nb2 앞에 도착했는데, 명동에서보다 사람이 더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거의 600명 가량 모였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명동에서 본 스피커 트럭도 대기하고 있었고,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2010년 1월 1일 00시 00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0초의 카운트다운이 끝나며 드디어 2010년이 시작되었고, 스피커 트럭에서 다시금 흘러나오는 Beat it에 맞추어 거대한 인파가 횡단보도로 달려나갔습니다. 인원은 명동때보다 더 많았지만, 장소도 더 넓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뒤에 있는 사람들(저 포함)도 충분히 행진하며 춤을 출 수 있었지요.
Beat it의 1절이 끝나고 난 후에는 You Rock My World의 리믹스 버전이 흘러나왔지요. 이번 플래시몹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신 스트리트 댄서분들이 인파 가운데로 나와 열정적인 프리스타일 댄스를 선보이셨습니다. 나머지는 그 주변을 둥글게 둘러싸고 응원을 보냈는데, 저는 키가 작아서 가운데의 댄서분들이 보이질 않더군요ㅠㅠ 꿩 대신 닭이라고, 옆에서 카메라로 찍고 계시는 분의 액정 화면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마지막 노래는 역시 Man in the Mirror였고, 모두 한 마음이 되어서 리듬에 맞추어 박수를 치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며 환호했습니다. 클럽 주변의 많은 외국인들도 마이클 잭슨을 추모하는 행사라는 걸 알고는 같이 참여해 주었던 것이 인상적이었죠. 이렇게 해서 약 15분간의 도로 불법 점거(...)가 끝나고, 모두 같이 온 사람들과 삼삼오오 헤어졌습니다. 저도 부천에서 같이 온 친구와 함께 근처 찜질방에서 자다가 오후 1시쯤 집에 돌아왔지요.
비록 유명한 유튜브 영상에서의 스톡홀름 플래시몹같은 돌발성과 정리된 느낌은 없었지만(너무 몰려 있어서 곧 뭔가 할거라는 티가 너무 났죠. 원래 플래시몹은 정말 갑자기 튀어나와야 하는 건데...), 여러모로 뜻깊고 즐거운 이벤트였습니다. 마이클 잭슨을 추모하기 위해 한국에서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동했지요.
누군가에게는 세계적인 팝스타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댄서의 길에 뛰어들게 한 장본인으로, 그리고 저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세가를 사랑했던 유명인으로... 한 위대한 사람이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새겨질 수 있고, 그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은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을 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새로이 느끼게 된 2010년 새해 첫날이었습니다.
WE LOVE MICHAEL JACKSON!!
이 게임을 하는 날입니다.
